[Science Report] 쥐도 동료의 고통에 공감한다. Nature News



한나 아렌트(1906~1975, 하이데거의 연인, 제자이자 정치철학자)는 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유대인 대학살의 집행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사유하고 판단할 능력의 결핍'을 꼽았습니다.

만약 우리에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혹은 상대방의 처지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타인이란 말하고 움직이는 사물에 불과할 겁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쓰고 버릴 수 있는 그런 존재일 뿐이겠죠. 아무런 이익을 기대하지 않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일견, 고차원적인 윤리행위로 보이는 이런 친사회행동(pro-social behavior)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님을 암시하는 예들을 우리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반려동물이 나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말에 동의하실 겁니다.

경적을 울려대는 도로 위에서 쓰러진 친구 곁을 지키는 강아지 모습. (사진 출처 : 英 데일리 메일 웹사이트)

그렇다면, 실험 쥐의 경우는 어떨까요? 밥을 주던, 쥐장을 청소해 주던, 매일같이 주사로 찌르던 간에 무조건 보면 깨물고 도망가려고만 하는 쥐님들을 보고 있노라면 설마 이님들이, 하는 생각이 절로 들긴 합니다만...

12월 9일자 Science지에 실린 논문(Bartal et. al., 2011)에서 저자들은 흥미로운 실험들을 통해 쥐가 동료 쥐의 고통을 공감하며 실질적 이익이 없더라도 동료를 돕는 친사회행동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Bartal과 그의 동료들은 자유로운 쥐와 구속틀에 갖힌 쥐를 한 공간 안에 놓아두었습니다. 구속틀은 밖에서만 열 수 있는 구조고요. 자유로운 쥐는 갖혀있는 동료를 구속틀에서 꺼내려고 노력하며, 곧 구속틀을 여는 방법을 터득합니다(아래, 왼쪽). 실험이 반복될 수록 쥐는 빠르게 구속틀을 열고 동료를 탈출시킵니다. 하지만 구속틀이 비어있는 경우나 쥐가 아닌 다른 물체가 들어있는 경우에는 굳이 구속틀을 열려하지 않습니다(아래, 오른쪽).

쥐는 왜 동료를 풀어주려 하는 것일까요? 동료 쥐의 고통에 공감해서? 아니면 동료를 풀어줌으로 얻을 모종의 이익을 위해서? 저자들은 이러한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진행합니다.
첫 번째 실험은 동료 쥐를 풀어줌으로써 쥐가 얻을 모종의 이익(ex. 사회적 관계 social contact)이 차단된 경우입니다(위, 왼쪽). 문을 여는 방식은 이전 실험과 동일하지만, 쥐가 구속틀을 열더라도 동료 쥐는 격리된 다른 공간으로만 나갈 수 있어 풀어준 쥐와 만날 수 없습니다.

이전 실험에서 문을 여는 방식에 익숙해진 쥐들은 이 실험에서도 빠르게 문을 열고 동료 쥐를 탈출시킵니다. 동료를 풀어주어도 만날 수 없음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더라도 문을 여는 속도가 늦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빈 구속틀이 반복적으로 주어지면 문을 여는 속도는 극적으로 떨어집니다.

두 번째 실험은 동료 쥐를 풀어줌으로써 자신의 이익이 감소하는 경우입니다(위, 오른쪽). 이 실험에서는 동료가 갖힌 구속틀과 초콜릿칩들이 들은 구속틀이 동시에 주어집니다. 동료를 풀어줌으로써 초콜릿칩들을 공유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쥐는 대부분의 경우 동료가 갖힌 구속틀과 초콜릿칩들이 있는 구속틀을 모두 엽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경우, 쥐들은 초콜릿칩들을 공평하게 반-반 나누어 먹었다는 훈훈한 소식입니다.ㅋ

이상의 실험을 통해 저자들은 하물며 쥐도(!) 동료의 고통에 공감하여 친사회행동을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친사회행동이 문화의 소산이 아닌, 생물학적 기원을 갖는 행동양식이라 말합니다.



+ 이제는 당당히 '쥐만도 못한 X!'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Reference도 달 수 있어요.

+ 솔직히 조만간 이런 제목의 논문이 나올까 걱정입니다.

XXX 유전자의 결핍이 쥐의 반사회행위을 촉진한다. (Deficiency of XXX increases anti-social behavior in mice)

내 까칠한 성격도 유전자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좋은 reference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시다.



아래는 초록에 대한 번역입니다.


Empathy and Pro-social Behavior in Rats

Inbal Ben-Ami Bartal, Jean Decety, Peggy Mason

사람의 경우, 타인에 대한 공감이 종종 친사회행동(pro-social behavior)의 동기가 된다. 하지만 영장류에 속하지 않은 포유동물이 사람과 비슷한 동기화 상태(motivational state)를 경험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우리는 설치류의 동기화된 친사회행동(motivated pro-social behavior)을 실험적으로 확인하고자 자유로운 상태에 있는 쥐(rat)와 구속틀(restrainer) 안에 갖힌 쥐를 한 공간에 놓아 두었다. 실험이 몇 번 반복되자, 자유로운 상태의 쥐들은 의도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구속틀을 열고 동료 쥐를 탈출시키는 방법을 배웠다. 쥐들은 비어 있는, 혹은 다른 물체가 들어있는 구속틀은 열지 않았다. 심지어 동료 쥐를 풀어주어도 서로 간의 사회적인 접촉(social contact)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쥐들은 동료 쥐를 풀어주었다. 동료 쥐가 갖힌 구속틀과 초콜릿이 든 구속들이 동시에 주어졌을 때, 쥐들은 초콜릿을 놓고 동료 쥐와 다투어야 함에도 불구하여 두 구속틀을 모두 열었으며 대부분의 경우 동료와 초콜릿을 공유하였다. 즉, 쥐들이 동료의 고통에 반응하여 친사회적행동을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여 돕는 행위가 생물학적인 기원을 가짐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 하겠다.




덧글

  • ㅏㅏㅜㅇ 2011/12/15 17:32 # 답글

    음..쥐 두마리를 쫄쫄 굶긴후 적은양의 음식만 제공하는 실험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동물인권땜에 안될라나..
  • hyunyi 2011/12/15 19:33 #

    뭐, 조금 굶기는 실험은 종종 하긴 합니다만..ㅋ 말씀하신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바는 아니지만, 논문에 보니 이런 글이 있군요. "When given a choice, these non–food-deprived rats ate an average of >7 chocolate chips and no rat chow, indicating that they found chocolate highly palatable." 대충 번역하지면 굶기지 않은 쥐의 경우 초콜릿칩과 사료를 동시에 주었을 때 평균적으로 7개 이상의 초콜릿칩을 먹을 때 까지 사료는 하나도 먹지 않는다. 이는 초콜릿칩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보여준다. - 말하자면 초콜릿칩이 나눠먹기에는 다소 아쉬운 '레어템'인 것만은 사실인 듯 합니다.ㅋ
  • 지뇽뇽 2011/12/15 18:48 # 답글

    역시 인간이나 동료나 무리지어 살아야 유전자를 이어나갈 확률이 높아지니까 이런 본능이 있는거겠지요ㅎ 실험 재미있네요 :)

    사람의 경우 아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물론 위험하지 않게 연구 윤리 잘 준수하면서 비슷한 실험을 해보면 재미있을것같은데 아마 이미 발달심리쪽에 비슷한 연구가 있겠죠ㅎㅎㅎ
  • hyunyi 2011/12/15 20:21 #

    머리를 잘 쓴 실험이죠. 하지만 논문을 보니 조건 잡기가 만만치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사실 쥐의 경우에는 학습과 연관된 실험은 조건 잡는데만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죠...;;

    말씀하신대로 사람의 경우는 실험이 많이 되어있을 듯 싶네요. 하지만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이 생물학적인 층위에서 나타난 반응인지, 아니면 좀 더 고차원적인, 심리적 층위에서 나타난 반응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듯 싶습니다.
  • 백구십 2011/12/15 21:03 # 답글

    흥미롭군요!
  • hyunyi 2011/12/15 22:01 #

    감사합니다! ^^
  • 긁적 2011/12/16 10:04 # 답글

    1. 저어어어엉말 재미있는 실험결과네요. 잘 읽었습니다.

    2. 아우. 훈훈해라. 반반 나누어 먹다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이제 자기 욕심만 챙기는 미운 사람에게는 '이런 쥐만도 못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군요. (근데 쥐가 기분나빠할지도 -_-;)
  • hyunyi 2011/12/16 19:45 #

    1. 캄사합니다.ㅋ

    2. 이상 연말연시를 훈훈하게 덥히는 소식이었습니다!

    3. 그러게요. 매우 귀여운 녀석들인데 말입니다. 물론 손가락 냅다 깨물 때 빼고ㅠ
  • 데미 2011/12/16 17:07 # 답글

    흥미로운 글 재밌게 써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 hyunyi 2011/12/16 19:45 #

    재밌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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